[소설] 밤으로의 긴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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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오닐
사랑하는 당신,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이 극의 원고를 당신에게 바치오.
…
소중한 내 사랑, 당신과의 십이 년은
빛으로의, 사랑으로의 여로였소.
내 감사의 마음을 당신은 알 것이오.
내 사랑도!
등장인물
- 제임스 티론
- 메리 캐번 티론, 아내 : 과거에 얽매여 현실 도피 경향을 보임.
- 제임스 티론 2세, 맏아들
- 에드먼드 티론, 막내아들
발췌
보들레르 <취하라>취하라>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꺠어나 취기가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물결에게나, 별에게나, 새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게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에드먼드
태엽 풀린 시계의 불규칙한 똑딱 소리 같은, 아니면 싸구려 술집 테이블에 고인 김빠진 맥주 위에 매춘부가 쓸쓸한 눈물을 후두둑 떨구는 소리같은 그 소리를!
- 약에 취해 2층에서 돌아다니는 메리(어머니)에 대한 은유적 표현
제이미
아버지는 늙어서 얼마 못 살테고 너까지 죽으면 어머니랑 내가 아버지 재산을 다 차지하게 될 테니 은근히 … …. .
- 가족은 파멸의 길을 걷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에 대해서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음
너 나한테 지금 뭐하는 거야, 비난하는 거야? 내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마! 넌 평생 가야 나만큼 인생을 몰라! 유식한 글깨나 읽었다고 사람 우롱할 생각 마! 넌 덩치만 컸지 어린애야! 어머니의 아기, 아버지의 귀염둥이! 집안의 기대주! 너 요새 아주 건방져졌어.
….중략…
내가 너를 만들었어! 넌 나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난 네가 성공하는 게 싫었어. 그러면 비교돼서 내가 더 한심하게 보일 테니까. 네가 실패하기를 바랐지. 항상 너를 질투했어. …중략… 그리고 네가 태어나서 어머니가 마약을 시작한 거야. 네 탓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빌어먹을, 너에 대한 증오를 억누를 수가……!
- 동생에 대한 열등감이 있음. 동생을 처음부터 아이 취급하고 있으며, 이는 동생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동생을 아이 취급하여 낮춤으로써 형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과 확인을 하고자 함
메리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읽고나서…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이름마저도 거의 일치할 정도로 작가 유진 오늘의 삶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매 번 써나갈 때마다 눈물로 눈이 충혈되고 몇 년은 늙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인물에겐 모두 각작의 사연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 모두에게도 사연이 있는데, 어찌 한 가정이라고 사연이 없겠는가. 우리 모두 각자의 사연과 사정 속에서 또 다른 사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가정은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게 되면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배제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맺어진 관계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관계는 복잡미묘한 관계이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기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서로 잘 맞는 가정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도 많다. 만약 입양 가정을 얘기한다면, 그들에겐 존경을 표하고 싶다. 혈육 관계가 아님에도 부모가 보여주는 사랑은 참으로 진실되고 대단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면, 문제는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에서 발견된다.
가족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건디지 못하고 관계를 의절하는 수많은 가족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본다면 그들 역시 고통에 겨워 책을 읽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진 오닐 역시 소설을 쓰면서도 고통에 겨워 눈물로 지새우며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진 오닐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작품을 다 쓰고 난 후 아내에게 자신이 죽은 후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책을 출판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회고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던 것이다.
참으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어려운 관계인 “가족”. 이들의 관계는 너무나도 어렵기에 나 역시도 잘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